
살을 빠르게 뺄수록 더 잘 찐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스물다섯 살 때 두 달 만에 8kg을 감량한 뒤 그 말의 의미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웨딩드레스는 잘 맞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도 안 돼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것도 이전보다 2kg이 더 붙은 채로.
초반에 살이 확 빠지는 게 정말 지방이 빠진 걸까요
다이어트를 시작한 첫 주에 2~3kg이 뚝 떨어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역시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싶어서 엄청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사실 지방 감소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면, 우리 몸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glycogen)을 먼저 꺼내 씁니다. 글리코겐이란 포도당이 뭉쳐서 저장된 형태로, 우리 몸이 즉시 쓸 수 있는 에너지 창고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문제는 이 글리코겐 분자 하나당 약 3~4g의 수분이 함께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글리코겐을 소비하면 그 수분도 같이 배출됩니다. 물을 충분히 마셨어도 소변량이 늘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만 상태일수록 글리코겐 저장량 자체도 많을 수 있어서, 초반 1~2주는 체중계 숫자가 더 극적으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그러니 초반의 빠른 감소를 성공의 신호로 읽으면 오판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 착각 속에서 더 극단적인 방법을 밀어붙였고, 결국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급격한 감량이 기초대사량을 망가뜨리는 방식
그렇다면 초반 이후에도 계속 빠르게 빼면 어떻게 될까요? 한 달에 4~5kg 이상을 감량하려 할 때 몸 안에서는 조용하지만 심각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소모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입니다. 근육량이 이 수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 급격한 체중 감량을 하면 지방과 함께 근육도 상당량 빠져나갑니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그만큼 몸이 하루에 쓰는 에너지 총량도 줄어듭니다.
저는 당시 하루 한 끼,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으며 매일 두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했습니다. 체중은 줄었지만, 그 과정에서 근육이 얼마나 빠졌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결혼 후 예전과 똑같이 먹었는데 살이 더 빠르게 쪘을 때, 저는 자신의 의지력을 탓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이미 낮아진 기초대사량이었습니다.
더불어 렙틴(leptin) 수치도 문제가 됩니다. 렙틴이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어 포만감을 뇌에 전달하는 호르몬입니다. 체지방이 빠르게 줄면 렙틴 분비가 감소하고, 뇌는 기아 상태로 판단해 식욕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립니다. 먹고 싶다는 충동 자체가 호르몬 수준에서 올라오는데, 의지력만으로 이걸 이기겠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인 셈입니다. "의지는 소비재"라는 표현이 왜 정확한지, 직접 겪어보니 더 잘 이해됐습니다.
국제 비만학회(IASO)에 따르면 빠른 체중 감량 후 2~5년 내 체중 재증가율은 80% 이상에 달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세계비만연맹). 숫자가 전부를 말해줍니다.
그래도 빠르게 빼야 한다면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사정이 있어서 일정 기간 내에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경우, 무작정 덜 먹고 오래 뛰는 방식은 앞서 말한 이유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감량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 단당류(단순당) 완전 차단: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높은 음료, 과자, 액상과당, 아이스크림 등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 떨어뜨려 허기를 더 자극합니다. 급격한 감량으로 식욕이 이미 올라간 상태에서 단당류까지 더해지면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 복합 탄수화물로 혈당 안정화: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으면 근육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당에 대한 갈망도 오히려 더 커집니다. 현미, 귀리, 고구마처럼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복합 탄수화물로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 하루 10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 중저강도 운동(예: 수영, 장시간 걷기)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강도 운동은 교감신경계를 강하게 활성화시켜 식욕 억제 호르몬인 펩타이드 YY(PYY)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를 일시적으로 줄입니다. 오후 2시~저녁 7시 사이에 짧고 강하게 진행하는 것이 식욕 억제 효과를 좀 더 길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이 시간대 효과의 개인차는 클 수 있으니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조절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고강도 운동이 식욕을 30% 억제한다는 수치가 종종 언급되는데, 이는 연구 대상자의 특성이나 운동 조건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률적인 수치로 받아들이기보다 '중저강도보다 효과적'이라는 방향성 정도로 이해하는 게 적절해 보입니다.
빠른 감량보다 더 무서운 것은 체질이 바뀌는 것
젊을 때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반복하면 나이가 들수록 살이 잘 안 빠지는 체질이 된다는 이야기, 저는 단순한 경고 문구로 흘려들었습니다.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인지 압니다.
바디 컴포지션(body composition), 즉 몸을 구성하는 근육·지방·수분의 비율은 같은 체중이라도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급격한 감량 후 다시 같은 체중으로 돌아왔을 때, 이전보다 지방은 늘고 근육은 줄어있는 상태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잘 찌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자료를 포함한 국내 비만 연구에서도 반복적인 체중 감량과 재증가, 이른바 요요 사이클이 대사 건강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저는 지금 한 달에 1~1.5kg 감량을 목표로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체중계 숫자가 느리게 줄어드는 게 답답할 때가 없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식욕이 예전처럼 폭발하지 않고, 일상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이게 훨씬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는 걸 몸이 먼저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국 몸을 바꾸는 건 단기 결과가 아니라 되돌리기 어려운 체질을 어느 방향으로 만들어 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여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면, 지금 당장 극단적인 방법보다 천천히 시작하는 쪽이 그 여름은 물론 그다음 여름까지 유리합니다. 저처럼 결혼식 후에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체중 감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전문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상담하시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