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할 때 숨을 참는 게 맞을까요, 내쉬는 게 맞을까요? 저도 처음 트레이너 일을 시작했을 때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교과서에는 분명 "힘을 쓸 때 날숨, 이완할 때 들숨"이라고 적혀 있는데, 막상 고중량 스쿼트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숨을 참게 되더라고요. 이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교과서 호흡법과 현실의 괴리
운동생리학 교과서를 펼치면 근육 수축 시 날숨을, 이완 시 들숨을 하라는 원칙이 나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원칙이 모든 상황에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덤벨 컬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두근을 수축시키며 덤벨을 올릴 때 교과서대로라면 "후" 하고 숨을 내쉬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게 됩니다.
여기서 발살바 호흡(Valsalva maneuver)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발살바 호흡이란 성문을 닫은 채 복압을 높여 척추를 안정시키는 호흡법으로, 무거운 중량을 다룰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제가 회원님들을 지도하면서 관찰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 호흡 패턴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푸시업이나 스쿼트 같은 동작에서는 더 헷갈립니다. 스쿼트로 예를 들면, 내려갈 때가 이완이 아니라 편심 수축(eccentric contraction) 구간입니다. 편심 수축이란 근육이 늘어나면서도 힘을 내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때 복압을 유지하지 않으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서 원칙대로라면 내려갈 때 숨을 들이마셔야 하는데, 실제로는 복압을 유지한 채 버티는 것이 훨씬 안전했습니다.
한 번은 한 회원님이 벤치프레스를 할 때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바를 내릴 때 숨을 크게 내쉬며 복부 긴장이 완전히 풀리고 있었습니다. 복압을 유지하는 법을 알려드리자 바로 그날부터 통증이 사라졌습니다.
복압 유지가 핵심인 이유
허리가 약하신 분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알려드리는 것이 바로 자연 복대 만들기입니다. 자연 복대란 복횡근과 다열근 등 심부 코어 근육들이 협응하여 척추를 안정시키는 상태를 말합니다(출처: 대한운동사회). 이 상태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변을 볼 때처럼 배에 힘을 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회원님들께 "화장실에서 힘주는 느낌으로 배를 딱딱하게 만들어보세요"라고 하면 대부분 금방 이해하십니다. 이 상태에서 손가락으로 복부를 눌러보면 평소보다 훨씬 단단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복압(intra-abdominal pressure)이 척추를 보호하는 천연 보호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고중량 운동을 할수록 복압 유지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PT 선생님들이 "숨 내쉬세요"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몸이 자동으로 숨을 참더라고요. 특히 데드리프트나 스쿼트처럼 척추에 직접적인 부하가 가해지는 동작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중량을 들어 올린 후 내려놓을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동작의 정점에서 "휴" 하고 숨을 크게 내쉬며 복압을 한 번에 풀어버리는데, 이때 부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산을 오를 때는 조심하지만 내려올 때 방심해서 다치는 것처럼, 운동도 이완 구간에서 더 주의해야 합니다. 복압은 동작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유지하다가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황별 호흡법 실전 적용
저중량으로 운동할 때는 솔직히 호흡법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10kg 덤벨로 컬을 할 때 굳이 복압을 최대로 올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때는 교과서 원칙대로 수축 시 날숨, 이완 시 들숨을 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최대 중량 70% 이상을 다루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구간부터는 다음과 같은 호흡 패턴을 추천합니다:
- 동작 시작 전 크게 들이마시며 복압 형성
- 힘을 쓰는 구간(수축 또는 편심 수축)에서 복압 유지
- 동작 완료 후 천천히 숨을 내쉬며 복압 조절
- 다음 반복 전 다시 들이마시며 준비
유산소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3보에 들숨, 2보에 날숨" 같은 리듬을 권장하지만, 제 경험상 페이스가 빨라지면 이런 패턴을 의식적으로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허리가 약한 분들은 달릴 때도 어느 정도 복압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히 복부를 이완시키고 달리면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런지나 스쿼트 같은 하체 운동은 특히 헷갈립니다.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에서 언제가 수축이고 언제가 이완인지 구분이 잘 안 되거든요. 일어날 때가 대퇴사두근의 구심성 수축(concentric contraction)이고, 내려갈 때가 편심성 수축입니다. 구심성 수축이란 근육이 짧아지면서 힘을 내는 것을 말하는데, 결국 둘 다 힘을 쓰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전 구간에서 복압을 유지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스트레칭할 때는 완전히 반대
근력 운동과 달리 스트레칭은 100% 이완이 목표입니다. 숨을 참으면 근육도 긴장하기 때문에 스트레칭 효과가 떨어집니다. 폼롤러를 이용한 근막이완(myofascial release)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막이완이란 근육을 감싸는 막을 풀어주는 기법인데, 이때 천천히 호흡하며 이완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회원님들께 폼롤러 사용법을 알려드릴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아픈 부위에서 천천히 날숨 내쉬며 10초 버티기"입니다. 처음에는 아파서 숨을 참으시는데, 의식적으로 숨을 내쉬며 버티다 보면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그네슘을 복용하면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마그네슘은 근육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미네랄인데, 부족하면 근육이 쉽게 긴장하고 경련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스트레칭과 호흡, 적절한 영양 섭취가 함께 이루어져야 근육이 제대로 회복되는 것이죠.
요가나 필라테스에서 호흡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들숨에 교감신경이, 날숨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날숨을 길게 하면 몸이 이완 모드로 전환됩니다. 스트레칭할 때 의식적으로 날숨을 길게 가져가면 같은 자세를 유지해도 가동범위가 더 늘어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운동 호흡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몸이 시키는 대로 하되, 고중량을 다룰 때는 복압 유지를, 스트레칭할 때는 완전한 이완을 의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회원님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은 이 원칙들이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 중 어지럽거나 호흡이 불편하다면 무리하지 말고 중량을 낮추거나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